[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리뷰 | 나도 이런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을 발견하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북으로 처음 만나게 된 책이다. 단어, 문장 하나하나 빠짐없이 내 마음에 담고 싶었다. 정말 너무나도 사랑하는 소중한 딸에게 보내기 위해 꾹꾹 눌러쓴 엄마의 손 편지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종이책을 구입해서 재독을 했다. 종이책을 읽을 땐 색색의 형광펜으로 마음에 담고 싶은 구절을 표시하면서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형광펜이 없는 페이지가 없을 정도였다.

사실 나는 심리학 책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집필한 책은 앞 부분만 읽어보다가 도저히 더 못 읽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덮은 일도 잦았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니 내담자의 사연을 있는 그대로 실었던 책들을 많이 접했던 것 같다. 마음을 치유받고 싶어서 고른 책인데 글을 읽을수록 내담자의 사연에 동화가 되어서 더 우울해지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관련된 내담자의 사연이 아주 가볍게 실려서 더 읽기 편했던 것 같다. 특히 저자의 딸이자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딸아, ~하렴, ~했더구나" 등의 구어체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서 꼭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 글이 더 가슴 깊이 와닿았다.

저자는 책에서 세상과 자아, 일과 인간관계, 사랑, 감정, 인생 5가지 주제를 들려주고자 한다. 먼저 경험해 본 20대, 30대, 40대 그리고 어떤 역할과 어떤 위치에서 찾아온 시련과 고난에 대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몸소 부딪히며 깨닫게 된 인생의 비법을 들려주고 있다.
딸아, 만약 누군가 너에게 여자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모성을 운운하며 우리네 어머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거든 귀를 닫아 버려라.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라.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23페이지
결혼 준비를 하면서 또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얻게 된 많은 역할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딸, 동생, 친구, 애인, 사원 등의 역할에서 아내, 며느리, 올케 등의 역할이 확장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라면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지침은 나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내 몸은 하나고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약한 내 정신력과 체력을 원망했다.
책은 이런 나에게 모든 것을 잘 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실수하기 마련이며 하나를 잘 하면 하나를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를 포기하면서 이 말을 핑계로 삼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꿀 수 없는 외부 요인은 우리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항수의 부분이다. 그런 것들은 그냥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에 집중해야 한다. 이때 변수를 쪼개고 쪼개서 할 수 있는 만큼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121페이지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나는 그것을 곱씹고 또 곱씹는 습관이 있다. 나는 내 입맛대로 해결되지 않는 일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어떻게 했어야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까' 하면서 말이다.
[역행자]라는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역행자 모델 1단계 '자의식 해체'를 불편한 감정뿐만이 아니라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탐색 :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요인이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지 파악하기
인정 : 외부요인이 항수라면 빨리 받아들이기
전환 :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를 쪼개고 쪼개서 할 수 있는 만큼씩 해결해 나가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항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른 공식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는 항수에 매달리기보다 변수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혼이란 서로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상대에게 멋진 보석이 되고자 노력해 나가는 과정이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200페이지
결혼 준비를 하는 시기에 만나게 된 이 문장은 내 결혼관의 모토가 되었다. 굉장히 추상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나와 상대가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렇게 되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몇 가지 고민해 봤는데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 나와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 어떤 남편이 되어주기를 기대하기 전에 어떤 아내가 되어줄지를 먼저 고민하는 사람
이 책을 결혼 전에 읽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저자의 이 귀한 한 줄 덕분에 나는 지금도 싸울 일이 없는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해서 얻는 지식과 지혜는 다른 이들과 나누며 살아가렴. 네가 가진 게 얼마든 그것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는 말이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328페이지
맹목적으로 책을 읽고 덮고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었는지 카운트만 했던 나에게 울림을 주었다. '내가 읽은 책을 글을 통해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 내가 독서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되었다. 몇 주간의 고민 끝에 "나를 깨우는 책장"이라는 블로그 이름을 짓고 글 하나를 올리기까지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수도 없이 고민했지만 나를 발전시키고 또 다른 이에게 책을 가까이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가 자랑스럽고 앞으로 변화할 내 모습도 기대가 된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현명하게 살고 싶은 세상의 모든 딸 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먼저 살피고 돌아볼 수 있으며 엄마, 친구, 애인, 남편,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 겪게 될 상처, 아픔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가이드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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